2010. 11. 17.

이륜차 보험환급

국내 도로법에는 공도에서 이륜차를 운행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책임보험에 가입되어 있어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그리고 이를 어길 시에는 무지막지한 범칙금과 심지어 형사처벌 또한 가능하다. 이것은 이륜차를 운행하는 나 자신 뿐 만 아니라 공도를 공유하는 다른 운전자들의 재산과 생명을 보호하기 위한, 지극히 당연한 규정이다.

LeeYong 또한 ST7을 인수받고 각자 주소지의 관할 구청에서 이륜차 등록을 하면서 M으로 시작하는 보험사에 책임보험을 의무적으로 가입했다. 하지만 이번에 모터사이클 두 대를 모두 배에 실어 LA로 보내고 나서는 더 이상 대한민국의 공도에서 모터사이클을 운행할 일이 없어졌다. 그렇다면? 당연히 기존에 가입되어 있는 이륜차 보험을 해지하고 남은 보험금을 환급 받아야 된다는 얘기다. 보통 1년치 보험금을 가입 시에 일시 납부하게 되고 (차량에 따라 다르나 ST7의 경우 30만원 대) 가입 후 한 달 반의 시간이 흐른 지금, 보험을 해지하게 되면 1인당 약 20만원 가까운 돈이 생기게 된다. 이 말은, Steve Jobs敎의 지침대로 헝그리한 삶을 영위하는 Lee와 Yong이 미국에서 먹을 수 있는 중국 사천style 볶음밥의 양이 대략 100개나 증가한다는 아주 배부르고 등 따신 결론에 다다른다.

하지만 보험사는 영리하다. 많은 돈은 절대 아니지만, 이미 받은 돈을 단숨에 토해낼 그런 통 큰 조직은 아니었다. Lee가 보험사에 여러 차례 전화를 걸어 부담스럽게도 친절한 직원 언니들과 얘기를 나누어 보았지만, 갖가지 서류 미비의 구실을 들어 끝까지 친절함을 잃지않고 보험금 환급을 거절했다. 더군다나 보험사에서도 이런 경우(모터사이클을 해외로 임시 반출하게 되어 불가피하게 보험을 해지하고 환급받아야 하는 상황)는 많지 않아서인지, L이 문의전화를 할 때 마다 자기들끼리 지하벙커에서 격렬한 미팅을 갖기라도 하듯, 시간이 오래 지체되었다.

“고객님, 오래 기다리시게 해서 죄송합니다. 알아본 결과, 고객님께 보험금을 환급하기에는 애로사항이 있습니다.” 이 직원, 저 직원 전화를 돌리더니 결국은 같은 말만 되풀이하길래, 인내심의 한계를 느낀 L은 전화기에 침을 속사포로 쏴가면서 대꾸했다.

“미국에서 사고라도 나면, 당신들이 보상해 줄 겁니까?”

결국, L은 남은 보험금을 환급받게 되었다.

이런 거절, 저런 거절, 갖가지 거절을 두루 섭렵한 L은 더이상 두려울 게 없다. 까다롭기로 소문난 국내 메이저급 보험사를 상대하는 것도 이제는 마냥 어렵지 않다. 눈에 쌍심지를 켜고 멱살이라도 잡을 기세로, 원하는 바를 이루어 내고있다. 원하는 게 있다면, 싸울 준비가 되어있어야 한다. 필요하다면, 멱살이라도 잡아야 한다. (반대로 때에 따라, 발목이라도 잡아야 할 일도 있다.) 상대가 누구인지는 크게 중요하지 않은 것 같다. 하지만 무언가를 얻어내고자 하는 진심과 열의는 필요하다.

어쨌든, L은 지금 이 순간 온세상을 다 가진 듯 아주 행복하다. 그리고 기름진 사천style 볶음밥 생각에 벌써부터 배가 부르고 등이 따시다. 기분 좋은 저녁이다.

Thai Fried Rice
작성자: 이정도

댓글 2개:

  1. 캬캬캬
    맘에든다.
    배부르고 등따신 결론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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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잘 했다!!! 그냥 될 일도 성질을 부려야 되는 대한민국이 답답하고 짜증난다. '합리적 사회'의 길은 요원한가. 아니 정도와 현석이 같은 젊은이들이 많아지고, 또 사회의 주역이 되면 달라지겠지.(배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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