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2. 1.

Yellow card를 받는 것에 관하여

이탈리아와의 축구 경기를 보면 쫄티 입은 몸짱 아저씨들은 축구를 '공과 관련된 일련의 신체적 격투'로 정의하는 것 같다. 최전방에 복싱선수 출신 Viery라도 서있는 날에는 경기장 분위기가 살벌하다. 은근 슬쩍 발밟기, 팔꿈치로 찍기, 다리 걸기등 다양한 기술로 끈적한 축구를 하는 이탈리아는 종종 Yellow card로 경고를 받지만 또 교묘하게 퇴장은 쉽게 당하지 않는다. 퇴장의 경계선을 정교하게 넘나드는 선진 축구 앞에 고구려 때 부터 축국을 즐겨왔던 한민족의 후예들은 고전을 면치 못한다.

분노를 삼키고 나면 한켠으로 축구라는 경기의 규칙이 재미있다는 생각이 든다. 심판은 정당한 승부를 위해 Red card로 부당한 행동을 한 선수를 경기에서 제외시키기도 하고, Yellow card로 경고를 주기도 한다. 다른 관점에서 생각해보면 Red card를 받을 만한 행동은 선수로써 경기에 참가할 자격이 없지만, Yellow card까지는 어느 정도 용인할 수 있다는 것이다. 쉽게 말하면 득점 직전에 백태클을 한 너는 경기장에서 꺼져줘야 겠지만, 헤딩하면서 슬쩍 상대방 허벅지에 히로뽕을 꼽은 너는 어여삐 봐주겠다는 것이다. 이 얼마나 관대한가. Yellow card를 받는 행동까지 포함한 것이 축구에서 말하는 '정당한' 게임인 것이다.

 

이 시대의 20대는 Yellow card를 받을 지 모른다는 공포에 떨고 있다. CPA가 되지 않는 다면, 공모전과 인턴을 줄줄이 하지 않는다면, 영어에 버터칠을 하지 않는다면, 얼짱몸짱이 되지 않는다면, 곧 Yellow card를 받을 것이라는 불안에 휩싸여 있다. 하지만 인생이란 녀석 또한 당신이 받은 한장의 Yellow card는 고개 끄덕이며 넘어가 줄 것이다. 당신이 Yellow card를 받는 다고 해도 당신은 충분히 경기장에 설수 있는 '정당한'선수이다.

물론 인생이라는 경기에서 Yellow와 Red의 차이는 시공에 따라 다양하게 적용되어 왔다. 16세기에 지구가 돌고 있다고 말한 갈릴레이는 Red card를 받았고, 고1때 자율학습대신 노래방에서 자율유흥을 하던 나도 반장으로써의 Red card를 받았다. 이러한 기준의 가변성 속에서도 나는 '타인에게 직접적으로 피해가 되지 않는 행동'은 무엇이든 이시대 이나라에서는 Yellow의 범주에 포함된다고 생각한다. 당신이 군생활이 힘들다고 내무실에서 총질하는 것은 단연코 Red behavior이지만, 간밤에 울타리를 뛰어넘어 여친품으로 달려가는 것은 Yellow behavior로 용인될 수 있다. 내가 하는 행동이 주위사람에게 직접적으로 피해를 주는가를 끊임없이 고려한다면 Red card를 피하는 것은 지성있는 당신에게는 쉬운 문제이다.

진정한 key question은 단 한장의 Yellow card를 어디에 쓸 것인가 이다. 난 당신이 가장 당신다운 일을 통해 Yellow card를 받기를 바란다. 살아가면서 이제껏 얼마나 당신다웠는지, 오롯한 내 의지만으로 했던 행동이 얼마나 있는지 돌이켜보자. 항상 타자의 욕망을 자신의 것인양 원하지는 않았는가? 당신다워지기 이전에 꼭 해야할 것들만 먼저해놓으려 했는데 해야할 것들만 점점 더 쌓이지 않았는가? 당신의 주관으로 오늘을 디자인한다면 하루하루가 훨씬 애틋해 질것이다. 모의고사 대신 기타줄을 잡았던 서태지의 Yellow card만큼, 고품격 클래시컬 살롱문화를 외치는 허솔님의 Yellow card도 충분히 멋지다.

쉽없이 끌려다니고 앞날을 가늠할 수 없는 내 인생에 거침없이 히로뽕을 꼽고 싶다. 2010년 한장의 위대한 Yellow card를 받고 싶다. 왜냐 인생은 한번뿐인 흥미진진한 게임이니까. 삐~삐~삐~~~~

출처: The Great Yo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