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11. 1.

철제가방 및 프레임 제작

5개월간의 아메리카 대륙종단 모터사이클 여행에 있어서 모터사이클의 내구성 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엄청나게 많은 양의 짐을 모두 수납할 수 있는 충분한 공간이다. 개인적인 옷가지와 노트북 등으로 끝나는 유럽배낭여행과는 분명 스케일이 다르다. 프로젝트 기획초기만 해도, 다 똑같은 여행이겠거니.. 짐도 뭐 그냥 대충 넣고 다닐 수 있겠거니.. 하면서 막연하게 생각했었다. 하지만 본격적인 여행준비를 시작하면서 이 바닥의 필독서로 꼽히는 허민씨의 ‘낭만바이크’, 강세환의 ‘오토바이 세계일주’, 그리고 이완 맥그리거(Ewan McGregor)와 찰리 부어맨(Charlie Boorman)의 ‘이완 맥그리거의 레알 바이크(원제: Long Way Round)’ 등을 정독했다.
크게 봤을 때, 세 권 모두 공통적으로 얘기하는 것이 바로 장거리 여행을 위한 충분하고 튼튼한 수납공간이다. 먼저, 가방은 비상급유통(1인당 1갤런짜리 생수통 2개씩)과 식수통(1인당 1갤런) 뿐 만 아니라, 무겁고 큰 부피를 차지하는 다양한 소모품과 스페어 부품 및 개인 짐 등을 모두 실을 수 있도록 충분히 커야 한다. ST7의 크기와 우리가 필요로 하는 공간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1인당 좌우 사이드(550x250x350)측 가방 2개와, 탑(550x350x350)측 가방 1개씩(모두 6개의 가방)을 직접 제작하기로 했다. Givi 같은 유명 기성 제품들이 있기는 하지만 가격대가 매우 부담스럽고, ST7의 프레임에 고정시킬 수 있는 ready-made 브라켓 또한 시장에 나와있지가 않아서 기성제품을 구매하는 것은 일찍이 포기할 수 밖에 없었다.

두 번째로, 수납공간은 튼튼해야 한다. 남미의 도로환경은 판 아메리칸 하이웨이를 제외하고는 열악한 경우가 있다고 한다. 이 말은, 아스팔트와 콘크리트로 말끔하게 포장되어 있어야 할 공도가 갑자기 오프로드로 바뀌기도 하고, 작은 요철과 멕시코의 전설적인 과속방지턱 등의 이유로 차량이 의도치 않게 전도될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보기에는 단순했다. 하지만 시장에 있지도 않는 가방을 치수를 제면서 직접 제작한다는 것은 실제로 꽤나 복잡한 문제였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LeeYong은 다양한 방법을 고민하며 수많은 나날을 서울 성수동과 청계천, 부산 사상 인근을 하루 종일 뛰어다녀야 했다.
그러다가 결국 우리가 가방과 프레임을 제작한 곳은 부산 주례동의 어느 공장이었다. 원래는 전기분전반 생산을 전문으로 하는 업체이다보니 작은 가방을 만드는 것은 어렵지 않았지만, 가방과 모터사이클을 튼튼하게 고정시킬 수 있는 프레임을 제작하는 것은 또 다른 넘어야 할 산이었다. 그것도 그런 것이, 모터사이클의 구조와 특징에 문외한인 ‘박스’ 엔지니어가 모터사이클 프레임을 만드는 것은 보통 수고스러운 일이 아니었다. 다행스럽게도 이정도 파트너 아버지의 큰 도움을 받아 정확한 치수와 설계도면을 훌륭하게 완성하고 제작에 착수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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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의 순정 브라켓을 최대한 활용하기로 하고 위와 같은 프레임을 만들었다. (물론 공장 엔지니어분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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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단한 볼트와 너트 체결 정도는 할 줄 알아야 하는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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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성된 모습을 뿌듯하게 바라보시는 이정도 파트너 아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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