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12. 15.

Allie에게 듣는 TOMs story

바쁜 여행 중에도 하루 일과가 끝나면 우리는 각자 자기얼굴 잘나온 사진들을 선별합니다. 대부분은 생겨먹은 원판의 한계로 ‘잘나온 사진’의 선별에는 실패하고 ‘웃기기라도 한 사진’에 만족하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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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님 사이즈는 어떻게 드릴까요?

제일 큰 걸로 주세요.

ㅡ_ㅡ…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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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염한 자태의 이정도 파트너. 힘들다고 퍼질러 앉아 계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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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쇄적 눈빛의 용현석 파트너. TOMs 허세를 부리고 계십니다. 포인트는 등산양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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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시작. TOMs에 세번째로 입사한 초기멤버인 Allie는 Press manager를 맡고있다. Jina씨는 올해입사한 신입사원.

두분 다 이쁘게 TOMs를 신고 오셨군요. 저기. 우리도 하나 주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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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nager와 직원이지만 친구 같은 두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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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여명의 직원들이 바쁘게 움직이는 사무실 전경.

Allie와는 회사 운영과 성장에 관한 긴 대화를 나누었다.

[질문] Allie는 어떻게 TOMs에서 근무하게 되었나요?

사실 Allie는 졸업학기 까지도 진로에 관한 뚜렷한 방향을 잡지 못한 채 대학생활을 했다고 한다. 방학 때 에도 인턴을 하기보다는 해외여행을 즐겼던 그녀에게도 4학년이 되자 진로에 관한 고민이 갑자기 닥쳐왔다.

그때 친구가 학교에 처음 보는 ‘닌자 신발’을 신고 왔다. 친구에게 TOMs에 대한 이야기를 전해 듣고 1 for 1 스토리에 자극 받은 그녀는 직접 Blake를 찾아가 회사에서 일하고 싶다고 얘기했다. 인터뷰 장소는 당시 회사 사무실이었던 Blake의 집 소파. 소파에 신발 상자를 놓고 랩탑으로 근무하는 것이 당시의 사무실 분위기 였다고 한다.

Allie의 첫 번째 업무는 Blake의 명함을 스캐닝 하는 것이었다. 이후 영업, 유통, 온라인 등의 다양한 일을 맡아왔다. 5년 전 직원 3명의 직원이 일하던 작은 회사는 이제 대표적인 사회적 기업으로 자리 잡았다. 그녀에게 TOMs는 자식 같은 존재라고 했다.

[질문] TOMs는 하나의 판매 가격으로 어떻게 두 개의 신발을 만들 수 있나요?

오피스를 둘러 보며 한가지 인상적이었던 것은 화려한 Fashion Industry의 기업이고, 젊고 자유로운 기업문화를 가진 TOMs에서도 비용절감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는 점. 그러한 노력을 통해서만 1 for 1을 이룰 수 있다는 것이 Allie의 설명이다. 판매 수량만큼 신발을 나누어 주기 위해서는 부가적인 비용 발생이 상당하다. 재료비, 생산과 배송을 위한 인건비, 세계각지로 운송하기 위한 물류비 등. 그래서 회사 운영 초기에는 이윤창출에 어려움도 많았다고 한다.

TOMs가 크게 비용을 절감한 부분은 마케팅이다. 신발 업계에서는 영업이익의 15%정도를 홍보 비용으로 지출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한다. TV나 잡지에서 넘겨본 광고들이 소비자들에게는 신발가격으로 기업에게는 비용으로 부담을 주는 셈이다. 하지만 패션 산업의 특성 상 소비자는 브랜드에 민감하고 기업에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하지만 TOMs의 마케팅은 남달랐다. 강력한 스토리가 신문, 블로그 등을 통해 알려지고, 소비자들의 직접적인 참여 분위기가 조성되었다. 일반인들 사이에서 입소문으로 사회적 기업 TOMs가 소개되고, 헐리우드의 유명배우들이 신고 있는 사진이 온라인에서 공개되면서 TOMs는 큰 비용을 들이지 않고 제품을 홍보 할 수 있었다.

이 외에도 다양한 방법으로 비용을 절감했다고 한다. 별도의 매장 운영 없이 부띠크나 백화점등의 외부 유통채널을 확보하고 제품의 절반 이상을 온라인으로 판매한다고 한다. 또한 Shoe drop 행사에 수반되는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신발을 나눠주는 활동은 대부분 NGO를 통해 대행한다. 

이러한 노력 끝에 TOMs는 2010년 9월 기준으로 23개국에 1000000개 이상의 신발을 나눠 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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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Ms가 성공했던 것 물론 스토리가 좋고, 취지가 좋았지만 무엇보다 독특하고 어떤 옷에나 잘 어울리는 디자인이 큰 힘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디자이너들이 많은 회사라 그런지 회사 구석구석에 독특한 디자인이 눈에 뛴다. 출시 되지 않은 신발을 찍을 수 없어서 사진으로 담지는 못했지만 다양한 디자인의 신기한 신발들을 많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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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이라 바쁜데 4시간에 가까운 인터뷰에 응해준 Jina씨와 Allie씨에게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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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로 돌아가는 길. 모터싸이클 여행을 하게 되면 적막한 헬멧 속에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TOMs에서 만난 두 사람은 놀랄만큼 1 for 1이라는 미션에 대해, 자신들이 좋은 일을 하고 있다는 것에 대해 커다란 만족감과 보람을 갖고 있었다. 의심할 여지가 없이.

이제껏 나는 남을 돕는 것에 관해 별다른 관심이 없었던 것 같다. 하지만 요즘 들어 남 덕에 좋은 경험을 많이 하는 감사한 하루하루를 보내다 보니 나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든다.

‘내가 갖는 것’과 ‘남에게 베푸는 것’을 한계효용의 개념으로 비교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엄청 목마른 상황에서 내가 Red bull을 한 캔 갖게 되면 이걸 마셨을 때의 효용이 엄청나다. 물론 나도 착한 일 하면 뿌듯한 사람이기 때문에 남에게 Red bull 한 캔을 주면 그만큼 심리적인 효용을 갖는다.하지만 이 상황에서는 내가 먹어서 기분 좋은 것이 남을 도울 때의 보람보다 훨씬 크기 때문에 후자는 실현 가능성의 거의 없다. 그런데 내가 가진 Red bull이 두개, 세개, 네개로 점점 늘어날 수록 Red bull 한 캔이 나에게 주는 효용은 감소한다. 하지만  그러니까 이런 사고관으로는 내가 가진 것의 수량이 적정 수준이상을 넘겨 몇 개 더 가진다고 해도 별다른 차이가 없을 때 그제서야 남에게 베풀 수 있는 셈이다.

그럼 과연 그 적정수준은 어디인가? 그건 사람에 따라 소나타이기도 하고 페라리 이기도 하다. 원룸이기도 하고 타워팰리스 이기도 하다. 4년제 in 서울 대학일 수도 있고 Ivy league일 수도 있다. 나의 욕심과 나눔의 변곡점은 어디 즘 일까? 곰곰히 생각하면 나의 변곡점 좌표를 정하는 것에 있어 순수한 나의 욕망보다 타인의 시선이 더 큰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 결국 내가 말하고 싶은 건 ‘나 Red bull 엄청 많이 가진 사람이다’ 라는 거지.

TOMs가 좀 재미난 건 처음부터 남 줄 생각으로 일하는 회사라는 거다. Red bull 캔을 따는 순간에 어떻게 하면 다른 사람들의 갈증도 함께 해소할 수 있을지를 생각하는 거지. 물론 이 또한 고도의 마케팅 수단일 수도 있겠지만 내가 만난 TOMs 사람들은 순수하고 솔직했다.

재미난 회사 답게 Founder도 독특한데, 지금 그는 집이 없이 요트에 살고 있다. 물론 요트가 집보다 비쌀 수도 있겠지만 그는 집으로 대표되는 물질적 소유자체를 버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곰곰히 생각해보면 이 정도 규모 회사의 지분을 전부 다 쥐고 있는 사람이 이런 얘길 한다는 게 웃기기도 하다만.

아무튼 돌아오는 길 내내 두가지 삶의 모습을 저울질 해본다. 내가 Red bull 100캔을 꼭 쥐고 사는 삶과, 100명에게 나눠주고 같이 한잔 하는 삶. 부릉부릉. 당신은 어떠세요?

댓글 3개:

  1. 자랑스러운 한국 청년들 ---수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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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감명깊게 읽었습니다.
    특히 마지막 구절은 인상깊네요!!
    간접경험이지만 매우 생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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