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26/2010, Sun
미국 LA부터 뉴욕까지. 언젠가 한 번은 북미대륙을 횡단해 보는 것이 내 꿈이었다. 비행기로 5시간이나 걸리는 꽤나 긴 여정을, 언젠가는 모터사이클로 횡단해 보는 것. 지금 생각해 보면 구체적인 동기나 이유 같은 건 없었다. 단지, 엄청난 규모의 미 대륙을 내 손과 발로 끝에서 끝까지 가보고 싶었을 뿐.
이번 모터사이클 여행을 계획하면서 처음부터 용현석 파트너와 뜻이 맞았던 건 크게 세 가지 였는데, 모터사이클, 기업가를 만나는 것, 그리고 북아메리카 대륙을 횡단하고 중남미를 종단하자는 꽤나 멋진 계획이 그것이었다. 모터사이클을 타고 아메리카 대륙을 횡단하고 종단하면서 멋진 기업가들을 만나자. 원대한 계획임이 틀림 없었고 이 계획이 단순히 계획으로만 그칠 게 아니라 현실로 이루어지길 간절히 원했었다.
하지만 프로젝트 진행 중 fundraising은 좀처럼 쉽지 않았고 그러면 그럴 수록 우리의 출발 날짜는 하루하루 늦춰지고 있었다.
무겁기만 하던 2010년 여름은 그렇게 우릴 외면한 채, 어느덧 가을이 오더니 결국 초겨울이 시작되고 있었다.
우리는 결정을 내려야만 했다. 출발일자가 11월 30일로 정해지면서 애초에 9월초 출발을 목표로 삼았던 우리는, 루트 계획에 큰 손질이 필요하다고 느끼기 시작한다. 일단 겨울에 모터사이클을 운행한다는 것은 쉽지 않다. 60, 80, 100km/h… 주행 속도가 빨라지면 빨라질 수록 주행풍은 더 거세지고, 더 추워진다. 무엇보다 비가 오거나 눈이 오기 시작하면 그 때는 말 그대로 목숨 걸고 주행해야 하는 상황이다. 더군다나 우리가 애초에 계획했던 북미대륙 횡단 루트는 미시건 주와 메사추세츠 등, 겨울이 춥고 길기로 손꼽히는 곳이 많았기 때문에, 출발일자가 늦어질 수록 불리한 조건일 수 밖에 없었다.
“뉴욕을 포기하자.”
생각보다 결정은 쉽지 않았다. 날씨가 점점 추워지고 있고 무엇보다 안전이 제일 중요하다는 건 우리 모두 인식하고 있는 바였다. 그래도 내가 가졌던 원래의 계획을 포기하는 건, 말처럼 쉽지가 않았다. 남들이 쉽게 하지 못하는 대륙 횡단의 로망. 대륙 횡단이라는 위대한 도전. 어쩔 수 없지만, 현실에 순응하고 타협하는 것 같아서, 올해 뉴욕은 예년보다 더 춥고 많은 눈이 예상된다는 기사를 보고는 화가 났다.
하지만 상황이 상황인지라 눈보라를 헤치면서까지 뉴욕을 갈 수는 없었다. 어쩔 수 없었다. 대륙의 끝에서 끝까지라는 우리의 로망과 꿈도, 그 순간 현실 앞에서 작아지고 있었고,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아무 것도 없다는 사실에 한없이 무력감을 느꼈다. 하나 둘 나이를 먹어가면서, 세상이 정의하는 “어른”이 되어가면서, 어린 시절 꾸었던 꿈을 계속 간직한다는 건 생각했던 것 만큼 쉬워 보이지 않는다.
삶은 우리를 마냥 편안하게 내버려 두지는 않는다. 때로는 계획의 크고 작은 수정을 요구하기도 하고, 때로는 계획 자체를 무산시키기도 한다. 그게 무엇이든 간에 굳은 원칙으로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살아가는 사람도 있으며, 물 흐르듯이 세상과 타협하며 살아가는 사람도 있다.
우리가 지금 알고있는 IBM의 모태는 뭐였을까? 네트워크 서버? 소프트웨어? IT 컨설팅? 틀렸다. 그 때는 컴퓨터가 있지도 않았으니까. 1911년 International Time Recording Company, Computing Scale Company, Computing-Tabulating-Recording Company 등 세 회사의 합병으로 출발한 이 회사의 당시 주력 제품은 직원들의 출퇴근 기록카드에 구멍을 뚫는 자동 펀치기계였다.
IBM Logo’s Transition over the Century (Image source: http://www.myicore.com/post_pics/ibm_logo_evolution.gif)
재밌지 않은가? 세계 최대의 컴퓨터 회사인 IBM의 시작은 자동 펀치기계였다니. 1992년 Thinkpad 노트북 라인업을 갖추기도 하고(후일 Levono에 매각되기는 했지만) 2002년에는 PricewaterhouseCoopers의 컨설팅 부분을 매입하기도 한다. IBM과 세계 최대 회계법인의 만남이라. 언뜻 보면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기도 하다.
History of IBM at a Glance: Image source (http://www-03.ibm.com/ibm/history/history/decade_1900.html)
자동차 매니아라면 꼭 한번 갖고 싶은 차. 페라리. 100년이 넘는 전통을 갖고있는 이탈리아의 명문 페라리이건만 이젠 페라리 옷도 팔고, 페라리 향수도 팔고, 페라리 선글라스도 판다. 이건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페라리 = 명품 자동차 메이커’라는 단순한 등식에서 ‘페라리 = 명품 everything 메이커’로 바뀌고 있는 건가? 매출 증대를 위한 또 다른 수익 채널로 이해해야 하는 건가?
(Ferrari Store, Image Source: http://www.luxuo.com/wp-content/uploads/2010/06/newyork-ferrari-store.jpg)
페라리 로고만 없으면 단순 재화에 불과한 것들이, 페라리의 프리미엄이 붙어서 그런 지 몰라도, 비싸게 팔리고 있었다. 어쨌거나 사람들은 다른 곳에서 보다 더 많은 돈을 주고 페라리의 근육질 말 로고가 큼지막하게 찍혀있는 물건을 사고 있다. 어쨌거나, 사람들은 돈을 쓰고있고, 페라리는 돈을 벌고 있다.
결국 그렇게, 아메리카 대륙 횡단에서 종단으로. 우리의 계획은 바뀌었다. 세상이, 환경이 변하면서 사람들의 욕구 또한 변하게 마련이고, 그 욕구를 충족시켜주기 위해 존재하는 기업 또한 변하는 것이 당연하지 않을까. 변화를 두려워 하지 않는 기업. 내 안에 자리잡은 변화에 대한 강한 심리적 저항과 두려움을 깨는 기업과 사람은 미래가 두렵지 않을 것 같다.
하지만 男男老小 세상에 만고불변의 원칙이 있었으니, 그건 아름다운 여성에 대한 남자들의 세대를 초월하는 로망이다.
용현석 파트너의 “혀 낼름” @Victoria’s Secret, San Francisco.
껄떡거리는 우리에겐 빅토리아가 진리.
작성자: 이정도
잠시보고 간다는게 정주행 해버렸네 내일 아침 운동은 또 오후로 미뤄야 겠다 덕분에 ㅋ 용끄 글에서는 아기자기 함이 느껴지고 정도 글에서는 정갈함이 느껴지네 둘다 안어울리구로 ㅋ 덕분에 동기 부여 많이 받고 개인적인 숙제도 많이 얻어 간다. 아까 단 댓글에서도 말했듯이 건강 젤 조심하고 계속해서 좋은 숙제들 던져주길 기대한다 ㅋ - 부산대 기숙사에서 밤잠없는 한량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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